이제 막 새로운 일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나에게 아는 사람이 추천한 영화였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같은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보기 시작했지만 영화가 끝날 때 쯤엔 오히려 가족이라는 것, 혈연이라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주인공의 직업은 염습사, 영화는 염습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죽음이라는 작별의식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의 '관계'에 점점 더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30여년 전 딴 여자와 눈이 맞아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도망간 아버지에 대한 남자 주인공의 증오심은 오랜 세월을 거쳐 아예 무관심이 되어 버렸지만 운명처럼 아버지의 염을 해주게 되면서 생전의 모든 시시콜콜한 사연들을 초월하는 혈연의 강력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남자주인공과 예전의 얼굴 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아버지는 30년간 아무런 대화가 없었지만 짧았던 기억속에 아버지와 주고 받았던 돌멩이는 서로의 마음을 상징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어준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자신이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전해주었던 작은 돌멩이를 꼭 쥐고 계셨던 것.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고 그 중에 많은 인연들은 불행히도 악연이 되어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는 그 악연을 탓하고 원망하고 증오하고 그 더러운 인연을 끊어버리고자 애를 쓰지만, 결국 그 인연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로 종결된다. 그렇게 이별을 맞고 보면 이렇게 쉽게, 허무하게 끝나버릴 꺼, 왜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고 끝내려고 애를 썼던가 하는 생각 마져 든다.
영화의 중간 즈음에 나오는, 알을 낳기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이미 알을 낳고 난 후 죽어서 떠내려 오는 연어의 시체가 함께 보이는 장면을 보면서는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볼 수 있겠지만
특히 사람이 생을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거나 일으키다가 가지만 자기 자식을 남긴다는 것.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 운명지어져 버리는 관계의 끈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 이상의 아주 강력하고 애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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