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저는 감수성이 참 유별났던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희안한데서 펑펑 울었는데요.....
지금은 그런 마음들이 다 어디갔는지...... 두 가지 에피소드만 올려봅니다.
멜빵
멜빵 아시죠? 제가 7살 때 즈음인가,
어릴 때는 옷을 크게 사다보니 바지가 잘내려가서 아버지가 멜빵을 사주셨는데....
저는 그 멜빵을 매는 게 너무 싫었었죠. 그래서 아버지가 사주신 멜빵을 거의 안맸어요.
그렇게 멜빵이 방에 그냥 방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방바닥에 널부러진 멜빵을 보게 되었는데요. 그날 따라 멜빵을 조금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멜빵이 앞쪽에는 바지를 잡아줄 수 있는 두개의 집게가 있고 뒤쪽에도 역시 한개의 집개와 그 위에 삼각지를 연결해 주는 세모난 인조가죽 같은 부분이 있잖아요? 그 인조가죽 부분이 사람 살색하고 비슷했는데.... 그 질감도 사람 살갗처럼 윤이 나면서 살짝 오돌도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보다가 아버지의 이마를 떠올린 것입니다.
매일 나가서 일하시느라 늦게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주름잡힌 이마가 떠오른 것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힘들게 돈 벌어서 나 하라고 멜빵 사오셨는데....
난 내 고집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안차보고 저렇게 쓸모없게 바닥에 뇌두었구나....
어린 내 머리속에서는 마치 그 멜빵 삼각지 부분을 아버지 이마 가죽으로 만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엉엉 울었죠.
전파사 아저씨
초등학교를 다닐때 였을 꺼예요. 준비물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학교에서 무슨 실험인가를 한다고 전구를 사오랬는데.... 그 전구가 막 아무데나 흔한게 아니고 조금은 귀한 거 였던 거 같아요.
문방구 가서 없길래 엄마 아빠 한테 얘기를 했더니 엄마 아빠가 나를 데리고 전파사를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파사는 대부분 작고 영세하잖아요? 저는 그 때 처음으로 전파사라는 곳을 가봤는데 이런저런 전구들도 많고 자그마한 박스들이 잔뜩 쌓인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전파사 안을 두리번 거리고 있고 아빠는 전파사 아저씨에게 내가 원하는 전구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계셨어요. 그런데 그 전구가 정말 흔한 것이 아니였던 건지. 전파사 아저씨가 좀 구석진 곳에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서 박스들을 이리저리 치우면서 찾으시는데 그 구부린 뒷모습이 초등학생이었던 나를 왜 눈물짓게 했던지.... 한갓 조그만 초등학생 준비물을 구하기 위해, 아빠 엄마가 같이 전파사가 거의 문닫을 시간에 찾아와서는 나이도 많아보이는 그 아저씨가 등을 구부리고 애쓰시는 그 모습이 저에게는 눈물이 날 만큼 시린 것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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