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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젊은이



 

20대 마지막 해를 바라보던 어느 날
' 내가 만약 이대로 계속 잘 적응해서 5년 쯤 버틴다면? '
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먼저 그 삶을 살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지금과 같은 팍팍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만약 어떤 의인이 나타나 나를 안드로메다 같은 세상(대한민국1%라는 MB정책의 수혜자집단)으로 쏘아올려 주지 않는다면.






너무 앞선 걱정이라고?  하지만 결국 다가 올 미래이다.

나의 지난 예측이 마치 쇠가루가 자석에 달라붙듯이 '결국' 지금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 나의 불편한 예측에 확신을 더한다. 내 앞에 펼쳐지고 있던 마치 미리 정해진 것 같은 그 미래에서 벗어나 보려고 그렇게 애썼건만 그냥 순응하느니만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냥 현실에 순응하라고?  내가 순응해야할 현실은 무엇일까?

 

미국의 기업은 탐나는 기술을 가진 회사를 정식으로 정당한 가격을 주고 인수한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벤처를 만들기를 주저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하고나서 억울한 일 당할까봐 전전긍긍할 필요없고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큰 흉이 되지 않으니까.
한국의 기업은 탐나는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으면 몰래 그 기술을 베껴서 세상에 대량으로 출시해서 처음 그 기술을 개발했던 회사를 망하게 한다. 작은 회사가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엄청 비싼 변호사들을 고용해서 이겨버린다.
한국의 회사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젊은이의 가능성을 발견해서 뽑아서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이미 어느정도 검증되고 숙련된 경력직만을 뽑으려고 한다. 그들은 실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실수란 곧 실패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골수까지 박혀 있는 것 같다. 그럼 새로운 인재는 누가 키우나?
한국은 창조산업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발전할 수 없으리라고 장담한 한 외국 전문가의 논리가 마음에 와닿는다. 창조라는 것은 실패를 담보로 행하는 도전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창조산업이 활성화 될 수 없다. 아마도 공허한 구호와 무조껀 밤새가며 열심히 하자는 식의 무능력한 열정만 계속되겠지




내가 학교를 졸업할 때 쯤, 안테나를 쫑끗 세우고 내가 느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는 '창조적인 활동'은 거의 감지 되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에 육박하면서도 여전히 잘나가는 나라의 것들을 베끼기에 정신이 없어 보였고 성질 급한 한국의 문화에서는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탄생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뿌릴 내릴 만한 곳은 없어보였다. 그저 다들 지금 당장 '(돈)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나는 한국은 국민소득 2만달러 근처에서 껌이라도 붙은 것 처럼 오래 정체되거나 서서히 후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정도가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을 통한 "으싸으싸"식으로 해서 달성할 수 있는 거의 한계점이기 때문이다. 그 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치들에서 나오는데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은 아직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얘기를 하면 눈을 껌뻑인다.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창조적인 일에 꿈을 가지고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생활고에 짓눌려 좌절하고 있으며 그렇게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갈 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도 암울해 지는 것이다. 
반도체 찍어내고 디스플레이 화질을 3D, 4D 계속 높여간다고 나라의 미래가 밝아지지 않는다. '아이폰의 성공비결이 결국 매끈한 외관 디자인에 있는 것 아니겠냐'고 하는 삼성의 한 임직원의 현실 인식은 정말 한심하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려하고 당장 돈이 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사람만을 뽑는다. 나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한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계속 '이제까지 보다 좀 더 열심히 따라가면 돼, 밤 좀 더 새자. 조금만 더 힘내자 우린 할 수 있다!'라는 망상에 빠져서 끝까지 가봤으면 좋겠다. 그때가 인구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서 터질 때 쯤일까? 아니면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때 쯤일까??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일들은 모두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고 근면성실하기만한 한국인들은 얼마 돈 되지도 않는 일들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피터지게 싸우고 있겠지. 그것이 너죽고 나죽자식의 사고방식을 하는 한국인에게 적합한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한국의 고통받는 젊은이, 특히 정부의 꾀임과 생각없는 구호에 속아서 디자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패션, 음악, 연극, 영화 등의 산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든 젊은이들과 엘리트 스포츠의 피해자들에게 부친다.>